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이하 “COP29”)가 지난 11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 방향과 정책을 논의하고 주요 국제 기후 목표들의 진전 상황을 검토하였습니다.
1. 배경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는 1992년에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이행을 논의하는 자리로, 그 동안 197개 협약 당사국들이 매년 모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점검하고 새로운 행동 계획을 수립해 왔습니다.
올해 개최된 COP29에서는 ‘행동 촉진(Enabling Action)'과 '의욕 증진(Enhancing Ambition)'을 위해 신규기후재원조성목표(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on Climate Finance, 이하 “NCQG”)를 설정하고 국제탄소시장 세부운영규칙을 마련하였으며, 덧붙여 새로운 기후재원조성목표, 글로벌 적응 목표(Global Goal on Adaptation)*, 샤름-엘셰이크 온실가스 감축작업프로그램**을 묶은 '바쿠 기후 통합 서약(Baku Climate Unity Pact)'을 타결함으로써 그동안 논의되었던 주요 쟁점을 모두 해결하는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 적응 역량 강화, 기후 탄력성 제고, 기후변화 취약성 저감
** 2030년까지의 감축 의욕 강화 및 이행을 목적으로, 연 2회 전지구적 대화체(Global Dialogue) 및 투자중심행사(Investment-focused Event)를 개최
2. COP29 주요 이슈
(1) NCQG 설정
이번 COP29에서는 2025년 이후 NCQG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선진국들은 기존의 연간 1,000억 달러 목표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후재원조성목표를 제안했으나, 개도국들은 이를 대체할 선진국 주도의 지원 목표를 요구하며 대립했습니다. 협상 결과, 다중 목표 설정을 통해 ① 2035년까지 연간 1.3조 달러를 목표로 글로벌 기후 투자를 확대하고, ② 필요한 재원 중 연간 3,000억 달러는 선진국 주도로 조성하며, ③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을 통한 개도국의 자발적 기여를 장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작년에 '녹색 사다리' 역할을 강조하며 녹색기후기금(GCF)에 3억 달러 추가 공여를 약속하고, 올해에는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에 700만 달러 신규 출연을 약속하는 등 개도국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2) 파리협정 제6조(국제탄소시장) 세부 이행지침의 완성
COP29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국제탄소시장)의 세부 이행규칙에 합의함으로써 국제탄소시장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 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제6.2조) 및 국제감축실적(ITMOs)의 허가절차, 당사국 보고 불일치 처리 방안, 국제등록부 운영 방식 등에 관한 세부 지침이 마련되었으며, 파리협정 감독기구가 관리하는 제6.4조 메커니즘의 배출 기준선과 탄소제거 활동 범위에 대한 표준도 확립되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탄소시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 경제모델의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기후위기 대응의 전환점으로 평가하며, 향후 실질적인 이행과 협력을 주요 과제로 강조했습니다.
(3)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COP29에서는 또한 2023년 발표된 제1차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하 “GST”)*** 결과를 바탕으로 GST 후속 조치 이행에 관한 절차적 사항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GST 이행절차의 보완 방안 등 절차적 요소, ② 차기 국가결정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하 “NDC”) 등 감축적 요소를 논의하는 GST 연례 대화체 운영 및 ③ GST 결과 이행을 점검하고 차기 이행 방향 논의를 위한 UAE 대화체 운영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는데, 각 의제마다 당사국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GST 절차적 요소는 2025년 6월 부속기구회의에서, 나머지 두 의제는 내년 제7차 파리협정 당사국총회(CMA7)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 파리협정 제14조에 따라 매 5년마다 파리협정의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전지구적차원의 노력을 점검하는 절차
(4) 적응과 감축 목표의 강화
적응 분야에서는 UAE 글로벌 기후 회복력 체계(United Arab Emirates Framework for Global Climate Resilience)를 바탕으로 글로벌 적응 목표에 대한 평가 지표 개발과 이행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UAE 글로벌 기후 회복력 체계는 적응 역량 강화, 기후 탄력성 증진, 취약성 저감이라는 글로벌 적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계된 체계로, 정책 주기별로 설정된 목표치와 부문별 적응 행동 강화를 주요 요소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적응 재원의 부족함을 강조하며 새로운 이행수단에 대한 평가지표 및 적응 로드맵 설립을 주장하였고, 선진국들은 기존 체계를 활용하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논의 끝에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적응 목표 의제를 상설화하고 '바쿠 고위급 적응 대화체'와 '바쿠 적응 로드맵' 수립에 합의했으며, ‘이행수단(means of implementation)’이라는 표현 대신 ‘이행촉진 요소(enablers of implementation)’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하고 이에 관한 지표를 개발하자는 절충안을 채택했습니다.
한편, 감축 분야에서는 감축 작업프로그램과 NDC의 특성에 대한 추가지침에 관하여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감축 작업프로그램은 온실가스 감축 및 관련 활동의 이행 강화를 위해 COP26에서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운영되며, 별도의 대화체를 구성해 부문별 감축 방안, 감축 기술, 정의로운 전환 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NDC의 특성은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이 매 5년마다 제출하는 NDC에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요건으로 기후 목표와 이행 방안을 포함하며, 당사국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감축 및 적응 목표를 명시하여야 합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감축 작업프로그램과 관련한 협상문서 초안 도출이 무산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논의 끝에 건물과 도시 시스템에 대한 주요 논의 결과를 반영하여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지침을 제공하는 등 지난해보다 진전된 결정문을 도출했습니다.
반면, NDC의 특성에 대한 추가 지침에 관한 논의는 당사국 간 의견 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2026년 제8차 파리협정 당사국총회(CMA8)에서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5) 투명성 (Transparency)
COP29에서 개최된 '글로벌 기후 투명성에 관한 장관급 원탁회의'에서는 격년투명성보고서(Biennial Transparency Report, 이하 “BTR”)의 제출 현황을 점검하고, 개도국 지원을 위한 '바쿠 기후 투명성 플랫폼(Baku Global Climate Transparency Platform)'을 출범시켰습니다. BTR은 모든 당사국이 2024년부터 격년 주기로 UN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로, 1차 제출 마감일은 2024년 12월 31일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출범한 바쿠 기후 투명성 플랫폼은 개도국의 투명성 이행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촉진하며, 파리협정 목표의 효과적 이행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BTR 의무제출이 시작되는 2024년을 앞두고 개도국들의 투명성 역량 배양을 지원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과 공동으로 관련 부대행사를 개최하는 등 개도국들의 파리협정 이행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임을 강조했습니다.
3. 우리 기업에 대한 시사점
(1) 국제탄소시장 활용 기회 확대
COP29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제탄소시장 이행 규칙을 최종 합의하고,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활동(6.2조)과 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6.4조)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번 합의로 국가와 기업은 탄소 감축 실적을 거래하거나 탄소 제거 기술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제 탄소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습니다. 특히, 지속가능발전 메커니즘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관장하며 민간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는 기업들에게 국제적 기후 감축 활동과 관련하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2) 신규 기후재원 목표에 따른 민간 투자 확대
COP29에서는 2035년까지 연간 1.3조 달러를 목표로 글로벌 기후 투자를 확대하고, 필요한 재원 중 연간 3,000억 달러는 선진국 주도로 조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기존 연간 1,000억 달러 목표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을 포함한 모든 주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기후 재원 목표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식을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파리협정의 목표가 속도감 있게 이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3) 투명성 보고 및 BTR 의무 대응
2024년부터 모든 당사국이 BTR을 UN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COP29에서 출범한 바쿠 기후 투명성 플랫폼은 국가 간 투명성 증진과 개도국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현재까지 13개국이 BTR을 제출 완료했으며,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국들이 연말까지 제출을 약속한 상태입니다. 기업들은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가적 투명성 목표 이행에 협력할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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